아프리카 여행기 <9>


남편 김호열씨와 함께. 오랜만에 보름이나 함께 지내며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나니 부부의 정이 새로워지는 것 같았다.


▲킬리만자로 산행보호자 쿤타. 가족과 함께 열심히 사는 아프리카의 생활인이다.

킬리만자로 산행과 사파리 체험 15일

‘김마루’킬리만자로 산행에서 빼놓을 수없는 사람이다. 우리는 마랑고 호텔에서 만났다. 호텔 주인 데스몬드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자기가 아는 한국 여자를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비즈니스를 잘 할 뿐만 아니라 피아노 앞에 앉으면 프로이고 너무 훌륭하단다. 데스몬드가 말할 때 그저 고객에 대한 관심의 표현 정도로 생각하고 기대를 안했는데 킬리만자로 산행이 끝난 다음 날 도시 ‘모시’를 구경하고 돌아오니 그녀가 호텔에 있었다. 머리를 짧게 커트하고 체격이 크고 균형잡힌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 녀는 탄자니아에 온 지 2년이 넘었단다. 미국에서 유학시절에 만난 남편의 고향이다. 유엔에서 각자 일하다가 은퇴 후 돌아온 것이다. 시부모님이 떼어준 집과 땅을 가지고 형제들과 함께 잘 지낸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충분히 그렇게 하실 분임을 알았다.

잊지못할 탄자니아 사람들

미국서 만난 남편따라 정착한 한인여성
시댁 조카 5명 대학공부시키며 당당한 삶
산행보조 쿤타, 사파리 안내 제리 못잊어

“산
밑에 살면서 변명 같지만, 킬리만자로는 올라가면 못 돌아오는 산으로 이곳 사람들은 생각해요. 그래서 남편이 허락을 안 한답니다.” 우리가 아리랑을 부르듯이 그들이 부르는 킬리만자로노래를 들어보면 그 정서가 그대로 담겨있다. 나는 이해한다.
그녀는 자기 집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후하게 받아서 한 달 월급이 60달러였다. 우리가 마랑고 호텔에서 자고 식사아침, 저녁을 공급받을 때 내는 비용이 한 사람당 40불, 사파리 중 우리가 묵은 호텔의 2인용 객실이 100~200달러였다. 하루에 600달러 하는 최고급 리조트도 있는데 그 곳은 항상 차 있어서 일 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세렝게티에서 벌룬을 타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큰 기구가 두 시간 가량 하늘을 떠다니면서 평원을 가로질러 간다. 유럽에서 온 많은 노인들이 이용하는데 그 비용이 340불이다.
아름다운 산과 꿈과 같은 사파리의 나라 탄자니아. 최고급 호텔과 레저의 장소 탄자니아에서 막상 그 원주민들의 삶은 아프리카의 현주소이다. 우리 한국인의 눈에는 암담한 현실이지만 그들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다.
거리를 차타고 지나갈 때 도시에서는 많은 건장한 남자들이 벤치에 앉아 있다. 더우니까 그늘에서 쉬는 것이리라. 평원 속의 마사이 남자들은 조금 높은 힐의 언덕에서 빨간 망토를 두르고 지팡이를 가지고 비스듬히 엎드리듯이 기대어 지나가는 차량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여자들이 아이들 키우고 집안일 하고 모든 노동을 감당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들의 지팡이를 가지고 소들을 몰고 지켜보고 있다. 유아 시절에 소를 이동시키고 먹이는 일을 마스터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잊을 수 없는 사람은 ‘쿤타’이다. 그는 킬리만자로 산행의 보조 안내자로 우리의 식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는 건강하고도 스마트해서 우리들을 잘 돌보아 주었는데 산행이 끝난 후에도 가이드를 하고 싶다고 제안을 했다. 노동의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사파리 가이더 제리. 지도를 가지고 야생동물의 이동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날, 우리는 그들의 전통가옥 동굴 집에 들어가보고 그 후에 쿤타 집을 방문했다. 그의 집은 호텔 옆에 위치한 작은 커피, 바나나 농장이었다. 집에는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쿤타의 딸은 학교에 가고 없었다. 집을 모두 구경시켜 주는데 방이 3개이고 거실이 있었다. 부엌과 화장실은 별채인데 헛간과 뒷간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방 하나는 환자인 형님이 차지하고 있었다.
탄자니아도 가족관계가 긴밀하여 능력있는 형제가 능력 없는 친척들을 돌본다고 했다. 누나와 매형도 아파서 세상을 떠나고 조카를 데리고 있는데 국민학교 졸업 후 돈이 없어 진학을 못 하고 집에서 놀고 있었다. 김마루씨도 자기가 대학에 보내주는 조카가 다섯 명이나 된다고 했다.
쿤타는 갑자기 호텔에서 호출을 받고 백팩을 둘러메더니 킬리만자로를 향해서 떠났다.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사촌을 가이드로 소개해 주어서 함께 도시 ‘모시’에 나가 구경하며 인터넷 카페에도 들렀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사파리 가이더 ‘제리’이다. 미국에 산 경험이 있는 클레몬트를 어떻게 잘 아느냐고 묻자 그는 그의 가족얘기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그롱고르 지역의 레인저를 했기 때문에 마사이족을 많이 안다고 했다. 클레몬트도 그들 중의 하나이다.
그는 아프고 어려움에 처한 마사이 사람들을 병원에도 데려다 주고 도와주었는데, 한번은 그 감사의 표시로 여덟 살 된 딸을 아내 삼으라고 받았단다. 거절하면 그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아는 그는 할 수 없이 그 딸을 거두고 제리와 함께 키웠단다. 그녀는 지금 결혼하여 잘 산다 했다. 그러나 막상 제리는 현재 그의 아버지를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엄마를 버리고 자기 또래의 여자를 네 번째 아내로 삼았기 때문이다.
제리는 마랑고 호텔 주인 데스몬드의 조카이다. 데스몬드는 아이리시 계의 백인이고 제리는 아프리카 현지인 그대로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들의 패밀리 트리를 따져보았지만 그 답은 쉽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아프리카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모두를 갖는다. 아름다운 나라이다. 못 사는 나라이다. 나는 가진 자 입장에서 관광하고 즐기고 왔지만 내가 낸 돈들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시에 나는 포터와 동행하는 산행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다음에 아프리카를 또 방문한다면 내 즐거움이 아닌 다른 목적이고 싶다. <끝>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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