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와서 아이를 키우며 남달리 느끼는 교육의 차이점은 음악교육이다.

미국에와서 아이를 키우며 남달리 느끼는 교육의 차이점은 음악교육이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 미국식이라면 모두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격을 존중하고
창의적이고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고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교육환경이 부러웠다.
아이들을 거의 모두 키웠고, 나 또한 여기에서 치과대학을 다시 졸업하면서 깨달은 것은
좋아보이는 모양 속에 아쉬움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집 쌍둥이 중 말괄량이 누리는 애기때부터 튀어나온 것을 누르는 것을 좋아했다. 텔레비젼
스위치, 전화기… 모든 것들이 이 아이의 손을 거쳐서 고장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미국의 학교에서
악기를 가르쳐주는 것을 알았을 때 꾹꾹 누르는 나팔종류를 골라주었다. 처음에 트럼펫을
들고와서 불기를 시작할 때에는 신기하고 좋기만 했다. 한국에서는 부자들이나 클라리넷,
플륫래슨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모난 까만 케이스에서 꺼낸 번쩍거리는 트럼펫을 그냥
빌려줄 뿐만 아니라 래슨비 없이 거져 가르쳐주었다. 학교 악기는 아무래도 관리가 잘 되지않아
소리가 잘안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악기 저악기를 연주해보다가 정말 마음에 들고
하고싶은 악기를 결정할 수 있다. 누리는 알토 색스폰으로 악기를 바꾸어 결정했다. 연습용 악기를
사서 사용하다가 음악을 전공하기로 마음을 정했을 때 전문가용 악기로 바꾸었다. 물론 연습용
악기는 학교에 기증하였다.
환자 중에 미국남자와 결혼한 분이 있는데, 자기 시어머니는 쥴리아드 출신의 피아노 전공자인데
자기 남편은 악보도 읽을 줄 모른다고 하였다. 내 딸 누리도 전에 말하기를 친구가 밴드에
조인하고 싶은데 악보를 읽을 수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누리는 한국에 있을 때 끈기가 없어서
우리집 네 아이들 중에서 피아노 배우기를 가장 먼저 도중하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곳 학교에서 자기의 악보읽는 능력(사이트 리딩)이 정말로 탁월하다고 자랑하곤 한다. 아마도
한국에서 받은 기본적 음악교육 덕택일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배운 나의 음악 교육이 좋다. 지난 8월 광복절 음악제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
마지막에 순서에 없이 모두 일어나 함께고향의 봄을 부르자고 사회자가 요청했을 때 나도 일어나
목이 터져라 불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잘 익은 동네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의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애국가도 아니건만 잘도 기억난다. 모두가 2절까지 악보도 없이 잘만 부른다. 여기서 자라난
아이들은 그러한 어른들이 신기한듯 쳐다보았다.
국민학교 일학년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국어책과 음악책을 받았다. 집에 가져와서 달력 찢은
종이를 뒤집어서 정성껏 표지를 싸고 “음악”이라고 흰 바탕 위에 큰 글자를 쓴다. 그리고는
마루바닥에 엎드려 책장을 넘기면서 “태극기가 바람에” 부터 불러본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교과서를 받은 첫 날 음악책을 끝까지 뒤져서 불러보고 모르는 노래가 몇 개인지 살펴보곤 했다.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책장을 넘기며 경쟁하듯 부르곤 했다. 언니, 오빠가 많으면 주워들은 노래가
많아 거의 끝까지 부를 수 있었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날라오너라….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가면….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가득 예쁘게….
어제 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기….
오가며 그집앞을 지나노라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악책에 나오는 노래를 공통으로 안다. 왜냐하면
문교부 주관으로 나온 같은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국민정서에 일체감을 주는
지 주장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받은 모국의 음악교육이 좋다.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