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밤.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밤.

밀렸던 빨래의 마지막을 드라이어에 집어넣고 밖을 내다보니 휘영청 달이 밝다.
녹차를 뜨겁게 한 잔 만들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집 앞의 작은 산은 달빛에 눈이 부시다. 빅
터헝가 캐년 로드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 끝 쪽에는 빨간 자동차의 테일 라이트가 바삐 지나가
버린다. 밤 열두시가 넘었는데도 차길이 아직 분주한가보다.
오늘 밤에는 카시오페아 자리가 선명하게 보이질 않는다. 보름을 이틀 앞두었으니 달빛의
영향이 크다. 그래도 가만히 들여다보니 더블유자의 코너마다 있는 별들이 제법 초롱초롱하다.
문득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별을 쳐다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옛날
사람들도 이 별을 보았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이 지구의 곳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 별이
보여질 것이다. 먼 훗날 우리의 대대 자손들도 이 별을 볼 것이다. 무한한 우주 속에 있는 극히
작은 점이 나의 존재라는 사실이 실감된다.
오늘 하루도 바쁘게 살았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크게 작게 감사하고 또 실망하며 나와
싸우고, 옆의 사람과 줄타기를 한 하루였다.
우울증이 왔나봐요 하고 말하는 케빈, 아이들을 놓고 남편에게서 떠밀려서 집에서 나와야했다는
크리스틴을 다시 생각해본다.
엄마는 외할머니 이야기를 늘 하시곤했다. 보리고개를 힘겹게 지낼 때, 동네 아줌마들이 쌀을 한
되박 사러오면 외할머니는 쌀을 한 되를담아놓고 두 손으로 그 위를 감싸서다시 가득히 쌀을
퍼주곤 하셨다고 했다. 있는 사람으로서 최대한의 아량을 베푸는 것을 보고 자라시며 흐뭇하고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며칠 전 스텝미팅에서 경제 형편이 너도 어렵고 나도 어렵지만 조금만 견디며 내일을 바라보자고
부탁했다. 그 어려운 중에 치과를 와야하는 우리 치과 손님들에게 최대한 써비스를 해보자고
얘기했다. 사실 나의 처지도 렌트비의 일부를 크레딧 카드로 처리해야 했지만, 적은 돈으로
아이들과 살아야하는 스텝들의 시간을 줄이기가 안스럽다. 일을 잘 못하는 스텝을 매몰차게
대했던 것에 용서를구했다. 내 수준에 맞추기에 앞서 그 수준을 보고 내가 맞추어보자고 나를
타일러본다. 아웅다웅하고 잘난척하기보다 나를 조금 양보하고 넉넉한 사람이 되어보자. 나도
외할머니의 넉넉함을 배우려 함이다.
최근에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지난 봄에 알게된 우울증에 있던 분이 스스로 세상를 정리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분을 충현선교교회의 화요 사랑방이라는 소 그룹에서 처음 만났다.
화요 사랑방은 매주 화요일마다 십일주에 걸쳐서 주제를 가지고 만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그날의 주제를 가지고 한사람이 자기 지식과 경험에 의하여 그 주제에대하여 얘기를 하고 그
이후에 다섯 여섯명으로 구성된 작은 그룹 중심으로 살아가는 많은 대화를 하게된다. 여기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봉사하여 아름다운 열매가 많기로 소문난 모임이었다.
열 번의 모임까지 참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우리는 그가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솔직하게 꾸밈없이 삶의 고통과 허무함을 말하는 오십대의 중년남자를
보면서 그가 조금만 더 긍정적이라면, 조금만 더 자신있어 할 수 있다면, 가까운 누군가를 갖을
수 있다면…… 정말 안타깝기 짝이없었다. 얼핏들은 집을 나가 떠나버린 아내와 가깝게 지낼 수
없다는 자녀들의 처지가 이해될것 같기도 했다. 끝까지 도와보려 애쓴 누나의 노력과 주위의
관심들도 그에게는 소용이 없었나보다. 내가 좀더 뭔가를 할 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자문해보았다. 한동안은 밤중에 언덕 밑에 위치한 집 밖의 어두움이 무서웠다. 하나님은 왜
그에게 빛을 허락하시질 않았을까.
어찌하여 그는 어두움을 선택하여 가버렸는가.
나는 이제는 내가 만나는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에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넉넉하게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도 이 넉넉함이 사람을 살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잃는다 할지라도

나중에 다시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한 순간의 손해와 피해의식에 연연해하지 말자. 우주 속의
순간의 한 점과 같은 인생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살리는 일에 기여하는 자라면 위대하다하지
않겠는가.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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