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기 <2>

킬리만자로 산행과 사파리 체험 15일

시작부터‘좁은 길’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기억하는 세대는 대부분 킬리만자로를 동경한다. 나는 그 산도 보고 표범도 보았으니 행운이라 하겠다.
길고 긴 비행기 여행을 LAX에서 시작하여 미니애폴리스를 경유하여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게이트를 옮기고 세관을 통과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KLM 비행기로 바꾸어 타고 킬리만자로 공항에 도착했다. LA 시간으로 1월15일 아침에 출발했는데 탄자니아 시간으로 15일 밤늦게 도착했다. 그러나 실제 소모된 시간은 어림잡아 34시간은 될 것이다.
공항에서 대기하던 호텔 밴을 타고 시골스럽지만 아늑한 마랭고 호텔에 도착하니 보고 싶던 남편, 여동생, 그리고 오빠 가족 모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김포공항을 출발하여 오전에 이곳에 도착했다. 서보경 선생님 부부를 소개하고 인사를 마친 후 이틀 만에 처음으로 등을 바닥에 붙이고 단잠을 잘 수 있었다.

말라리아 약 등 부작용 걱정
아프리카 물까지 못 미더워

강행군 없는 산행계획 세워
물많이 먹고 천천히 걷기로


<흰 눈이 덮여 있는 킬리만자로 산은 너무 아름다우나 너무 힘들었다. 마랭고 루트를 따라 바퀴달린 구급 들것이 하루에도 수없이 내려온다 했다>

마랭고 호텔은 킬리만자로 산행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전통 있는 호텔이다. 주인 데스몬드는 어머니의 유업을 이어받아 캐나다에서 일하던 변호사로 직업을 포기하고 탄자니아에 옮겨와 살면서 호텔 운영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살고 있는 분이다. 가난한 학교를 위한 펀드레이징 포스터가 호텔 벽 한쪽에 붙어 있었다.
탄자니아에서의 첫 날은 푹 쉬기로 했다. 데스몬드는 우리 일행을 위해 여행 브리핑을 한 시간 이상 걸쳐서 베풀어주었다. 산에 대한 소개와 주의사항들, 가이더와 포터에 대한 예우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고소증 해소약을 먹는 게 좋은 지, 말라리아 예방약이 필요한 지 진지하게 토의하기도 했다.
우리는 5박6일의 산행 프로그램을 샀는데 한 사람당 1,115달러였다. 여기에는 국립공원 입장료, 등산장비 사용료, 포터와 가이더 고용료와 그들의 입산료, 산에서의 숙소 사용과 일체의 음식공급 비용, 비상구조 비용 모두가 포함되었다.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입구에 붙어있는 마랭고 루트의 표지판. 만다라 헛, 호롬보 헛, 키보산장을 거쳐 우르피크에 오르면 모든 산행이 끝난다>

우리가 선택한 마랭고 루트는 일명 ‘코가콜라 루트’이다. 길이 대로처럼 잘 닦인데다가 곳곳에 숙소인 헛(Hut·4개 혹은 6개의 간이침대가 이층으로 비좁게 진열되어 있다)이 있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 대로로 바퀴달린 구급 들것이 하루에도 수없이 내려온다 했다. 데스몬드 말에 따르면 제 발로 걸어 내려오는 것이 들것에 실려 흔들리며 내려오는 것보다 쉽단다.
혹간 이 루트의 경치가 다른 데만 못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말은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생에 두 번씩 이 산을 오르지는 않기 때문에 비교할 수가 없단다. 그 산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맞는 지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도 이구동성으로 다시 올 곳은 못돼 하고 말했으니까. 산은 아름다우나 너무 힘들었다.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 날의 스케줄은 인간의 한계상황 저 너머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지리조건상 더 융통성 있는 스케줄을 만들 수 없는 것 같다. 인간의 한계상황을 넘는다는 표현은 후에 더 얘기하기로 하자.
국립공원 입구에서 등록하고 걷기 시작을 한다. 열대림이 끝나고 마른 초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만다라 헛(2,700m)이 있다. 여기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호롬보 헛(3,720m)까지 올라간다. 셋째 날 주위를 돌아다니며 이미 상당히 올라간 높이에 신체를 적응, 훈련시키는 데 하루를 소모하고 넷째 날 키보 산장(4,703m)까지 올라간다. 저녁식사하고 눈을 잠깐 붙인 후 밤 11시에 기상신호를 받고 옷차림을 모두 갖춘 후 역사적인 산행을 도전하는 것이다.
밤새 헤트라이트를 켜고 산에 오르면 아침 동틀 즈음 정상인 우르피크(5,896m)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 이후에 이틀에 걸쳐서 온길 따라 내려오면 모든 산행이 끝난다.


성공하는 지름길은 고산증에 적응하고 몸의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는 결론 하에 우리는 고소증 약을 힘들더라도 계속 복용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천천히(pole pole) 걷기로 했다. 출발 일주 전부터 시작한 말라리아 예방약이 부작용이 많다. 게다가 황열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는가. 40시간 가까운 비행기 여행과 여러 번 시계바늘을 돌려야 했던 시차변화가 있었다.
아프리카 물은 절대로 믿지 말라고 수도 없이 들어왔다. 처음 시작부터 좁은 길이다. 놀라운 것은 우리 일행 8명 모두가 산행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사람 독하기는 가이더들 사이에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제일 성공 못하는 그룹으로 미국, 일본… 이런 순서로 꼽았다.
킬리만자로는 화산이 폭발하며 만들어진 산이므로 꼭대기에 돌아가면서 테두리(rim)로 둘러싸여 있고 그중 가장 높은 봉우리가 정상, 우르피크(Uharu)인 것이다. 여기를 정복하면 금색 수료증을 받게 되고, 처음 림의 시작점인 Gilmans Point에 올라가면 녹색 수료증을 받는다. 우리는 녹색 2명, 금색 6명의 우수그룹이다.
미국에서 간 서 선생님 부부와 나는 그래도 연습한다고 마운틴 발디를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올라갔다. 2006년을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그 밤에도 그 곳에 텐트를 치고 1만피트 넘는 고소에 적응한다면서 추위에 떨었다. 한국에서 온 팀들은 한라산도 제대로 안 가보고, 북한산도 연습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모두 장하게 해냈다. 그럴 것이라면 나도 연습하지 말 것을 불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코리아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