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하바수 훨

“아름다운 하바수 훨”

오뉴월이되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된다. 어린이주일을 지나면 ‘마더스 데이’가 있고 학교 졸업식이 연달아 있다. 그리고 ‘화더스 데이’가 지나면 이젠 여름이다.

큰 아들을 UCLA 에 보내고는 졸업식날을 학수고대한 엄마에게 “ 나 졸업식에 참석안해요”라는 선포는 날벼락이다. 달래다가 안되어 급기야는 눈물을 흘리더니 그 아들이 “참석하기로 했어요” 라고 보낸 카톡을 자랑스레 보여준다. 졸업식에서 찍은 비데오를 카톡으로 쉐어하며 “난 너무 행복해요” 라고 보낸 글을 보니 엄마란 이런거야 절로 미소짓게된다. 그래서 가족이다. 조금은 양보하여 다른사람을 세워주는 것…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젠 다커버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화합하여 함께하는 고리를 엮어볼까 생각하다가 “아름다운 하바수훨’ 이라는 작전을 세웠다. 뭐니뭐니해도 여행이 가족을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 뿔뿔이 흩어져 직장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미끼”가 관심을 줄까 연구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휴가를 ‘빅베어’ 케빈에서 보냈다. 특별히 남편의 한갑을 축하하여 온 가족(두 딸과 두 아들이 모두 왔음)이모였다.이 때부터 “하바수 훨”운을 떼어보았던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그랜드 캐년’으로 ‘엘로우스톤’으로 미니벤에 아이들을 싣고 손쉽게 여행을 다녔다.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면서, 한 방에 모두 모여자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생긴다. 그러는 가운데 함께보고 함께듣는 가족 공유의 시간이 창조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을 보면서 또한 서로 통하는 교감, ‘하나’라는 동질감을 준다. 사진을 보기좋게 정리하여 요즘 유행하는 손쉽고 비싸지 않은 ‘추억의 앨범’을 타이틀과 날짜를 붙여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으면 두고두고 펼쳐볼 때마다 또한 ‘하나’가 된다. 그리고 전화할 때 그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박장대소 할 수도 있다. 한 번 여행으로 참으로 오래 울겨먹는다. 이렇게 가족관계 향상을 지향하는 끊임없는 소재를 물고오는 ‘가족여행’의 매력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가?

여행에 함께하지 않은 막내딸이 “아빠, 하바수 훨 어땠어요?” 하고 물었더니”영화 속에 나오는 환상의 풍경” 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서부극 영화에서 범죄자들에게 쫒기는 주인공이 말타고 정신없이 도망가다가 우연찮게 다다른 곳…그곳은 이세상의 모습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수없이 많은 폭포와 에머랄드 빛깔의 물속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며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이 다니는 조그만 클레스의 학교에 어느 한 백인여자가 그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로맨스… 어떻게 그 스토리가 끝나는 지 생각나지 않지만… 다만 유난히도 아름다운 그 물 빛깔들…

이 아름다움에 반하여우리 가족 여섯 중에 네명이 여행을 했다. 여기엔 장소 예약의 어려움, 갈 때와 올 때 편도 10 마일을 캠핑을 위한 모든 장비를 짊어지고 걸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하기에 그 결과로 얻어온 경험이 귀중한 것같다. 하바수 훨은 그랜드 캐년 서쪽에 위치하는 “수파이” 인디언이 사는 인디언 레져베이션에 있는 폭포들이다. 이 물들이 흘러흘러 내려가서 캐년 바닥에 있는 콜로라도 강과 만난다. 캐년을 통하여 고립된 이 마을에 가는 길은 차가 다니질 않는다. 헬리콥터를 타거나, 말을 타거나, 내 두 발로 걸어야한다. 물론 짐들을 말에게 맡길 수가 있다. 그러나 하이킹을하는 막내와 나는 어떤 ‘취팅’도 용납할 수 없어서 우린 당연히 걸어서 갔다. 40 파운드안팎의 무게가 되는 백팩을 각자 매고서 말이다. 그럼 우리 가족 여행과 사진들을 소개해보자.

우선 온라인을 통하여 그 곳 전화번호를 갖았다. 2016년을 위한 예약을 2월에 시작한다 하여 주어진 전화번호로 전화하기를 일주일, 거의온 종일, 시간날 때마다 하루에도수십 번 전화를 했지만 연결조차 안되었다. 5월 말 메모리얼 롱 위켄드를 겨냥한 여행계획이었기에 끝났구나 하는 절망감으로 거의 포기했다. 그 때 막내가 말하길 온라인에 들어가보니 모두가 엄마같은 심정으로 전화하고 있으며 혹간에 예약했다는 리포트가 있으니 주말에 푹 쉬었다가 에너지를 가지고 월요일에 새로 시작해보라고 격려를 했다.

이 것이 통했다. 드디어 월요일에 한 전화가 연결되어 오프닝이 있는 4월에 무조건 이박삼일 일정으로 예약을 했다. 인디안 부락 자체 내에서 자기들의 인력과 방법으로 관광을 관리하므로 온라인 예약이 불가능하고 매뉴얼로 일일이 하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4월은 날씨가 5월보다는 서늘하여 땡볕인 사막에서 오래걷기에 도움이 되었다.

후리웨이 15번 북쪽으로 가다가 40번을 타고 동쪽으로 그랜드 캐년 갈 때처럼 간다. 애리조나에 들어가면서 ‘킹맨’이라는 큰도시가 나온다. 여기에서 66번 ‘히스토릭 루트’를 타고 동북 쪽으로간다. 인디안도로 18번을 만나 바꾸어계속 진행한다. 마침내 도로 끝, ‘후알라파이 힐탑’에 차를 세워놓고 ‘하바수파이’ 마을을 향하여 캐년을 내려가는 것이다. 마을까지는 8마일. 여기에서 입장료와 캠핑비용을 내고 팔찌를 받아 착용한다. 숙박시설로 랏지를 갖았으면 마을에 머무르고 폭포 가까이 시냇가에 캠핑을 하려면 마을 사이를 통과하여 다시 2마일을 걷는다.

우리는 한국에서 오는 남편, 큰 딸과 막내아들,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었다. 각자 휴가날짜를 조정하여 시간을 만들었다.가는날 하루, 오는날 하루를 자고 수파이 마을에서 이틀을 자니 4박 5일의 여행이다. 목적지에 가까운 숙소가 있는 ‘피치스프링’ 인디언 지역의 하나밖에 없는 호텔은 이미 쏠드아웃. 흔히들 하는 출발지 힐탑에서 텐트치고 잠자는 것은비행기 타고 멀리서오는 남편과 공주같은 큰 딸을 감안하여사절하고 편안한 숙소를 예약했다. 막내아들이 뉴 멕시코의 갤럽에서 운전하여 오므로 66번 히스토릭루트의 동쪽 끝점, 쎌리그만에 숙소를 찾았다. 그러면 만나서 모두 즐거운 저녁을 한 후 모든 장비를 점검한다. 2박 3일동안 먹고 입고 잘 것들을 계산하며 최소한의무게가 나가는 백팩을 만든다.충분한 물을 준비하여 10마일을 걷는동안 수분을 넉넉하게 공급할 수 있어야한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잘되어 꿈같이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시냇가의 캠핑자리에는 모기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세개의 텐트를 쳤고 ‘해먹’ 하나를 나무기둥에 붙들어 매었다. 이‘해먹’에서 한가롭게 누운몸을 그네태우며 스마트폰의 사진들을 정리했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에 만나는 폭포가 나바호 폭포이다. 몇년 전에 지나간 홍수로 물길이 바뀌면서 윗길, 아랫길두개의 나바호 폭포가 새로 형성되었다한다. 이들을 만나면 푹푹 빠지는 흙길을 걸으며 무거워진 발걸음의 짜증스러움이 저절로 사라지고 다음은 무엇일까하는 큰 기대가 생긴다. 라임스톤이 녹으면서 동글동글 패인 웅덩이마다 짖푸른 에머럴드 빛깔의물들이 쌓여서 폭포를 만들며 흘러내려간다.

갑자기 땅을 울리는 진동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곧 폭포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 자태를 드러내는 ‘하바수 훨’의 아름다음이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숨막히는 아름다움에 사진찍는 것도 잊어버리고 마냥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정신이들면 사진찍기보다 빨리 내려가서 아름다운 곳에 텐트를 쳐야지 하는 욕심에 정신없이 다시 달려 내려가게 된다.

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폭포들은 ‘무니 훨’ 과 ‘베버 훨’이다. 캠핑지역을 통과하여 내려가면 곧 바위와 동굴을 만난다. 막 동굴을 통과하여 나오면서 물이 떨어지는 굉음을 들으며 곧 눈 앞에 폭포가 나타난다. 이것이 ‘무니훨’이다. 밧줄과사다리를 붙잡고 높은 암벽들을 내려와야 비로소 무니훨의 물보라를 받으며 물 속에 발을 내딛을 수가 있다. 이 길은 외길이다. 트레픽이 생기면 상대방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에 얼마든 지 폭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피크닉 테이블을 중간 중간에 만들어 놓았다. 사진 한 컷을 찍고나면 더 아름다운 장면이 곧바로 나오므로 또 찍게된다.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간간이 지나간다. 더불어 그 아름다움을 감상을 할 수도 있다. 폭포가 떨어지는 벽은 빨간 색이나 검은 색으로 된 돌이다. 그 곳에 물보라가 뿜어지는 곳마다 파랗게 이끼식물들이 커가고 있다. 어떠한 각도로 보거나 모두가 한 컷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이 무니훨을 지나 ‘베버 훨’로 내려가는 길이 3마일 가까이 된다. 왕복 6마일이되므로 편안한 신발과 넉넉한 마실 물과 필요한 간식을 챙겨간다. 물을 여러 번 건너게 된다. 건널 때 나무다리에서 떨어지면 라임스톤이 만든 아름다운 물 속에 그냥 몸을 담그면 그만이다. 일부러 이 물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도 있다. 빨간 암벽의 캐년 속에서 눈에 펼쳐지는 ‘베버 훨’은 라임스톤이 만든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여러개의 라임스톤 웅덩이들이 계단식 폭포들을 만든다. 균형있게 조화를 이루며 떨어지는 물을 담아 또 떨어뜨리는계단식 폭포들이 연결되어 있다. 곳곳에 나무 그늘을 찾아 연인들이 물속에 앉아서 평화롭게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하고 있다. 아마도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생동감을 주며 실감날 것이다. 물의 움직임과 소리가 표현되면 훨씬 아름답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콜로라도 강까지 계속 물따라 내려가기도 한다. 이 하이킹은 시간이 걸리므로 준비를 잘 해서 내려가고 다시 올라올 때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여행을 시작 할 때에는 기대감이 있었고 캐년을 내려가므로 쉬었다. 돌아오는 길은 캐년을 올라가는 길이어서 인내심이 필요했다. 게다가 제일 더운 낮시간에 마지막 가파른 부분을 올라가야 했으므로 큰 도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짐을 말에다 보내고 가벼운 차림으로 가는 것을 볼 때에는 유혹이 있었다. ‘아들아 너는 젊지만 내나이에는 취팅이 필요한가봐’ 하고 잠시 우리의 판단에 대해 흔들림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린 모두 성공적으로 힐탑에 올라왔다. 비록 기진맥진했고 토할 것 같았지만 하이킹을 완성한 내자신이 대견스러웠다. 먼거리 하이킹을 처음으로 참여한 큰 딸이 그 무거운 백팩을 메고 끝까지 걷는 것을 보니 역시 내딸이다. 그녀는 평발이래서 못 할줄 알았는데 참으로 잘했다. 물론 나의 남편과 막내 아들은 더 잘했다.

우린 그 파아란 물 색깔을 함께 보았으므로 하바수훨이 무엇인 지 함께 느꼈다. 아마도 이것은 각자에게 평생 남아있을 추억과 공유의 부분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가족 여행이 좋다.
코리안 라이프 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