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name is Jeanie

그녀의 이름은 지니.
내가 우리집 강아지들을 데리고 아침 산책을 하던 때 곧잘 거리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던
분이다. 그녀는 중간 사이즈의 개를 두마리 데리고 다녔는데 그 중의 하나는 매우 늙고
잘 못 걸었다. 그래도 차분히 끝까지 돌보곤 했다.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분으로
보였으므로 시간이 있어서 잘 살피나보다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그녀이지만 그동안 그녀와 더불어 겪은 이야기를 하고싶다.
나는 터헝가로 이사오면서 처음으로 개를 키우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헤이” 와
“하우이”는 이제 꼭 여섯 살이 된다. 나는 그들을 베이커스필드에서 오신
목사님으로부터 그들이 태어난 지 2주 되었을 때 선물받았다. 정말로 천방지축 뛰놀고
말썽부리던 유년기를 지나 이제는 중년의 신사들이 되었다. 이들이 카요데보다 크게
자랄 때까지는 뒷 집의 캔디가 돌보아 주었다. 낮으로는 자기의 개 트라쉬와 함께
놀게하고 밤으로는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밥도 주고 카요데로부터 보호하여주었다. 내가
집에 와서 ‘아이엠 홈’ 하고 전화를 걸면 문을 열고 그들을 내보내었다. 헤이는 바로
나에게로 왔지만 하우이는 오다가 중간 쯤에서 뒤로 돌아 캔디에게 가는 바람에 애를
먹이기도 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밖에서 자란 그들은 밖의 세상이 무엇인 지 잘 안다. 내가 화이어 로드를
따라 그들을 데리고 산길을 산책했을 때 리쉬를 풀어주곤 했었다. 그러면 산 위로 언덕
아래로 뛰며 즐겼던 것이다. 그때는 나도 마라톤을 준비하며 뛰던 때였으므로 같이
뛰었다. 나는 개들의 오베디언스 트레이닝을 잘 몰랐고 막연히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있던 개를 회상하며 한국식으로 쉽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 다른 이유에서 나의
개들은 개인적 트레이닝 세션을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잘 훈련되어 있지
못하다. 그들을 돌본 나와 나의 큰 딸과 막내 아들이 서로 다른 명령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내가 모질게 한 방향으로 일관성있게 그들을 다구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바이 링구얼이다. 한국말과 영어를 조금씩 안다. ‘캄’ ‘밥먹자’
‘싯’… 그리고 자기들의 이름을 안다.
문제는 나의 개들은 언제나 집 밖에서 대변을 보고싶어하는 점이다. 언덕과 들판을
마음껏 뛰놀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회가 있는대로 집 밖으로 외출하려 모든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고 한 때는 전기 울타리를 설치해 전기 충격을 주는 시스템을
사용했다. 울타리에 가까이 가면 목에 걸린 컬러에서 찌릿 찌릿 자극을 준다. 그 강도와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 겁을 먹고 행동이 이상해진 이들을 위해 적응기간을 주는
트레리닝 프로그램을 샀었다. 그러나 곧 그들은 서로의 목에 걸린 장치가 붙은 컬러를
물어뜯어서 서로를 도와 벗겨내었다. 그리고 가드너와 나는 실수로 울타리에 걸린
와이어를 자꾸만 잘랐다. 근본적으로 이 시스템은 우리 집에 어울리질 않았다.

이 후로 지금까지 그들은 나가려고 나는 안내보내려고 싸우고 있다. 그들은 볼 일을 보고
놀 만큼 놀고는 집에 들어온다. 배불리 먹고 마시며 포근한 잠자리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집 밖에 있는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이
무섭다. 나는 사랑스러운 그들에게 행여 무슨 일이 생길까봐 조바심이 난다. 나는
부쉬로된 울타리를 보강하기 위하여 나무 울타리를 설치했다. 그들이 다람쥐 처럼
부쉬트리의 가지를 타고 키가 낮은 울타리를 넘어갔다. 그래서 그 위에 메탈 메쉬를
올렸다. 그러자 나무 울타리를 씹어 부수어 구멍을 만들고 나갔다. 이를 막으니 다시
옆에다가 구멍을 만드는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급기야는 메탈 메쉬로 모든 나무
울타리를 감쌌다. 이제는 집에 하루종일 머무르고 잔디에 똥을 싼다. 퇴근하여
집에와보면 무료해서 꿈틀거린다. 언제까지 얌전히 집에 있을지… 또 한번 더
나가버리면 다시 전기 울타리를 해버릴거야.

그 전에 허락없는 외출을 할 때는 안나간 듯이 시침떼고 태연하게 집을 지키곤 했는데
그들의 털에는 온갖 엉겅퀴 씨들이 붙어있곤 했다. 지니는 나에게 우리 개들이 낮
동안에 차가 다니는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쪽지를 집의 대문에 걸어놓아 주었다.
눈에 익은 개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쫓아와 집을 확인하여 메모를 남긴 것이다.
처음에는 누군 지 모르는 사람의 친절한 행동에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곧 반복하여 우리
개들을 보게되자 쪽지의 끝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하루는 우리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집 앞의 공터에 조그만 버킷을
놓고 물을 주며 매일 개 밥을 작은 그릇에 채우고 있다고 하였다. 뼈가 앙상한 스트릿
개를 돌보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홈리스 개이다. 이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홈리스이다. 캐년 입구에 위치한 우리 동네에 버려진 개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애니몰
쉘터에 연락하지 않으려 했다. 잡힌 후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핏볼
( Pit Bull) 이다. 이는 일부 나쁜 사람들에 의해서 싸우는 맹견으로 훈련시켜지는
종자이다. 보통사람은 기르기를 꺼리는 종류의 개이다. 그녀는 핏볼 구조 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입양시켜 그에게 다른 삶의 기회를 주고 싶어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겁내어 도망하는 그와 친해져야 했다. 그래서 돌보기도 하지만 굶어죽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주일날 아침, 물이 있는가 확인하러 공터에 나갔다. 버켓과 밥그릇은 치워져 있었고
대신에 다른 그릇 속에 글이 담긴 종이가 있었다. “그는 구조되었습니다. 곧 neuter
시술을 받고 훈련받아 입양될 것입니다. 그는 순하고 좋은 개입니다.”
지니가 가지고 있는 개 중의 하나는 오래 전에 입양하여 얻은것이라 했다. 더 입양시킬
여유가 없다는 그녀는 이 핏볼을 돌보며 무척 힘들어했다.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너무나
많은 버려진 핏볼이 있어서 어떻게 그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고심하며 걱정했었다.
그녀는 자신의 스케쥴이 바쁘기 때문에 시작한 그 일이 점점 벅찬듯이 보였다. 마지막
해결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한 생명을 살리려 애썼던 그녀는 선한
사마리아인이라 하겠다. 비록 인간이 아니고 개이지만 동등하게 사랑받는 애완견으로
살 수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한 그녀였다.
그는 우리집 주위를 배회하다가 우리 개들이 너무 짖어대기에 내가 문을 열고 내다보면
쓸쓸히 뒤꽁무니를 보이며 사라지곤 했다. 나는 그의 목에 컬러가 있었으므로 잠깐 외출
중인 개라고만 생각했었다. 지니의 얘기를 듣고난 후로부터는 그가 불쌍했고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이 계절에 이 따뜻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일 년 내내 유난스레
힘들었고 경제인지 뭔지는 우리를 너무나도 위축시켰다.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보이는
누군가가 목에 컬러를 한 피볼일지도 모른다. 지니의 수고와 그녀가 보여준 사랑과
정열을 배우고자 한다. 따스함은 이처럼 지극히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함을 깨닫는다.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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