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기 <3>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1월 19일 일출은 어느 곳에서나 똑같다. 그러나 누구나 새로운 장소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킬리만자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소란스러움 때문에 아침잠을 깨었다. 여동생 장화가 “와, 일출이다!”하며 문 밖에서 외치자 남편과 서 선생님이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가셨다. 나는 간밤에 잠을 설쳤다. 설사 때문에 화장실을 수도 없이 가야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미지 언니가 주신 지사제(Imodium) 효과가 있어서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이 효과가 너무 강해서 산을 내려올 때까지 변을 보지 못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경은 바뀌어 큰 나무들은 없어지고 키가 작은 잡목들과 마른 풀들이 펼쳐 있었다>
원시적 주방, 토속 음식 냄새로 입맛 잃어
정상 등반 한국인 “준비없이 올라 큰 고생”
우리는 어제(1월18일) 마랑고 호텔을 떠나서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입구에서 등록하고 사인을 함으로써 산행을 시작했다. 길 양쪽으로 열대우림과 덩굴들이 엉켜 있었다. 간간히 계단이 있는 잘 닦여진 흙길을 기분 좋게 걸을 만했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행하고 짐이라고는 조그만 데이팩 뿐이었으니 그 어느 산행보다도 행복했다.
가이드 데이빗은 뽈레뽈레(pole pole), 천천히 가라고 강조했다. 출발점인 입구는 1,970미터(6,400피트)인데 목적지인 만다라 헛은 2,700미터(9,000피트)이니 그 까짓것 식은 죽 먹기였다. 숲을 벗어날 때마다 보이는 하얀 킬리의 지붕이 보였다. 그러나 30분도 못 지나서 나는 배가 팽창하는 기분이 들었다. 약사인 장화가 소화제를 주었다. 나는 그 알약 두 개를 삼킨 후 5분도 못돼서 숲 속으로 달려가야 했다.


<산행을 시작하던 날. 길 양쪽으로 열대우림과 덩굴들이 엉켜있고 간간이 계단이 있는 잘 닦여진 흙길이 기분 좋게 걸을 만했다. 여동생 장화가 앞장서 걷고 있다>

만다라 헛은 길게 빗겨 내려온 나무 지붕을 가진 케빈들이다. 한쪽에 쏠라 판넬이 있어서 전등을 위한 에너지를 얻는데 모두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은 남반부이기 때문이다. 여남은 채가 흩어져 있고 식당과 주방, 포터와 가이더들이 집단으로 잘 수 있는 큰 숙소, 그리고 화장실, 수도대가 있다. 우리 일행은 2개의 헛에 나누어 들어갔다. 등산화의 긴 끈을 풀고 있을 때 포터들이 각자의 짐들을 가지고 왔다. 땡큐-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갔다. 걷고 있을 때를 피하고 숙소에 들어온 후에 내려준 비가 무척 고마웠다.
식당으로 올라가는데 부 가이더 임마누엘이 우리에게 손을 씻으라며 계단 위의 더운물 담은 양동이를 가리킨다. 땡큐- 사람은 여덟인데 양동이는 하나이다. 성수기임을 말하듯 다이닝 룸은 사람들로 붐볐다. 세계 각 곳에서 온 등산객들이 기다란 식탁의자에 앉아서 먹으면서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다.

식욕 돋운 얼큰한 시래기국

원주민 가이더들은 대기상태로 기다리거나 서브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 고객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다이닝 룸에서 테이블의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들이 노상 들고 있는 식탁보를 빈자리에 펼쳐놓으면 그만이다. 혼자 온 손님을 가진 가이더는 조그맣게 접은 식탁보를 편다.
나는 주방에 들어가 보았다. 미지 언니가 식욕이 없어서 아프리카에 온 후 식사를 전혀 못하셨다. 한국에서 가져온 인스턴트 국거리 재료를 들고 주방에 찾아갔다. 부 가이더 쿤타가 아브라함과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도가 없이 물을 떠다가 요리해야 하는 원시적인 주방에서 여러 팀들이 복잡거리며 일하고 있었다. 조리방법을 설명해 주고 나오는데 특유의 그 곳 음식 냄새가 갑자기 역겨워졌다.
그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다이닝룸에서 우아하게 먹는 보기 좋은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고 오니 아름답게 칼질이 들어간 장식용 오이가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내가 본 것들을 말하지 않았다. 장화는 산을 내려와서 호텔에 이를 때까지 토했는데, 사람들은 고소증이라고 말하지만 다 내려왔는데도 계속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며칠 동안 얹혀있던 메스꺼운 느낌을 없애준 얼큰한 인스턴트 시래기국>

식사는 훌륭했다. 핫 티로 시작해서 수프와 빵들, 그리고 메인 디시로 밥 혹은 누들이 고기, 야채와 곁들여 나오고, 그 다음에 계란과 후식이 따라온다. 매 번 계란을 보일할지, 스크램블할지, 오믈렛할지, 포오치할지 물어본다. 귀한 계란을 산속에서 대접하려고 신주단지 모시듯 깡통 속에 풀과 함께 운반한 것이다. 양계가 발달하지 않은 곳이니 아마도 풀어놓고 기른 닭들이 낳은 수정란일 것이다.
얼큰한 시래기 국은 며칠 동안 얹혀 있던 메스꺼운 느낌을 없애주고 식욕을 돋우었다. 그래서 미지언니는 지금도 그 재료를 가져온 내 남편을 좋아하고 고마워한다.
아침을 마치고 8시가 되자 다음의 목적지 호롬보 헛 3,720미터(12,240피트)를 향하여 출발했다. 풍경은 완연히 바뀌어 큰 나무들은 없어지고 키가 작은 잡목들과 마른 풀들이 펼쳐 있었다. 멀리 하얀 옷을 입은 아프리카의 지붕이 서있었다. 뽈레뽈레- 데이빗은 계속 강조했다.
마랑고 호텔에서 만난 제니는 포터와 가이더를 겸한 원주민 남자와 저 앞서 가고 있었다. 제니는 영국에서 온 50대 여자인데 사파리를 친구들과 마친 후 그들을 떠나보내고 자기 혼자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길이라고 했다.
마주쳐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선탠으로 벌겋다. 정상을 했느냐고 물으니 자랑스럽게 경험담을 얘기했다. 절반가량 예스라고 대답했는데 그 시간대가 해 뜰 무렵부터 9시 반까지 다양했다.
오후 서너시께 도착한 호롬보 헛은 어제 것보다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리셉션에서 등록을 마치고 나오는데 막 산에서 내려온 한 한국인을 만났다. 그는 온 몸을 먼지로 뒤집어썼다. 그는 대전에서 온 수학교사인데 준비 없이 킬리만자로 등반을 시도해서 정말 고생했다고 말하며 얼굴 씻을 비누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는 정상에서 한 발 내딛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했다. 산에 다니던 경험과 젊음만 믿고 도전했던 자기로서는 역부족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어쨌든 그도 아프리카 지붕의 가장 높은 곳 우르픽에 섰던 것이다.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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