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환자로부터 들은 아름다운 아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한 환자로부터 들은 아름다운 아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사촌오빠가 있었다. 목사님 아들이었는데 키가 크고 잘 생겼는데다가 어려서부터
찬송부르던솜씨가 있어서노래를 잘했다. 그녀가 알기로도그가 의대를 졸업하였을 때 이미 그의
주위에 그를 흠모하는 5명의 여자를 손꼽을 수 있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누구,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누구…. 그러나 이 사촌오빠는 미국에 와서 이곳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하였다.
그는 작년에 10살 연하의 부인을 먼저 보냈다. 그는 80세가 넘었지만 일하기를 즐겨해서 직접
환자를 보기보다는 강의하며 가르치는 일을 하셨다한다. 자녀로는 딸이 3명이 있었고 모두
선교사의 아내가 되어 외국에 체류하는 기간이 많다보니 혼자되신 아버지가 걱정되었다. 그러던
차에 한 친척 분의 소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교제하시더니 곧 결혼을 하셨다.
그 때 신랑의 나이는 84세, 신부는 83세.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신부는 평소에 건강관리도
잘하고, 운동도 지속적으로 하여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고 건강해보였다 했다. 신랑도 당당하고
너무 멋져보였다한다.
신부는 다름아닌 의과대학을 다니던 때의 클래스매이트였단다. 졸업 후, 각각의 인생길을 갔는데
그녀는 83세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한 번도 안 한 씽글이었다. 사촌오빠는 뉴저지에 살고, 신부는
테네시에 살므로 서로 오가며 교제했다. 인생을 달려갈대로 다 간 후 마지막 황혼에 만난 이 두
클래스매이트가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살아온 여정을 얘기했을 것이다. 학교다니던 때의 추억을
회상하며 대화를 나누는 그 교제가 어떠했을까.
미국생활에 유식하고 사회경험이 많은 새엄마와 딸들의 관계는 정말 좋았단다. 서로 친구처럼
얘기할 수 있었다. 아버지를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든든한 지지자 새엄마까지
얻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그 신부 또한 학창시절에 멋있고 흠모할 만했던 사람과 결혼하여 함께 살고, 남편이 강의하고
돌보는 병원관계 일들을 동행하며 함께하니 얼마나 행복했겠는가.
신델렐라 얘기 못지 않는 꿈같은 이야기이다.나이 육십을 넘기기가 어려워 생긴 것이 환갑잔치
이다. 장수는 타고난 오복중의 하나임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오래 살 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새 결혼까지 할 수있는 이 축복은 무어라 일컬을까.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
환상적인 묘사가 전부가 아님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이란 전혀 다른 두 인격체가 만나서
함께 24시간을 보내는 생활자체이라면 그 속에서 수 없이 만나는 갈등관계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어느 날,나는 점심을먹으로 간 소공동 순두부 집에서
신선생님을 뵈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점심을 드시고 계셨다. 그는 연대 의대를 나오신후 미국으로
유학을 오셨다. 정형외과를 수련받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큰 병원을경영하셨던 분이시다. 그가
치과에 오실 때마다 즐겁게 대화하고 알맞은 치료를 편한 마음으로 해드릴 수 있는 그런 분이시다.
며칠 후 틀니를 손보러오신 신선생님을 다시 뵈었다. 그는 말씀하시기를 ‘내가 84세이고 아내가
83세이요. 저가 저렇게 오래 아프고 나도 힘이 없으니 서로에게 무엇을 해주겠소.’ 하셨다. 그러나
내가 소공동 순두부 집에서 뵈온 날, 안녕히 가십시요 인사하며 문을 열어드리며 보니그는
휠체어에 탄 아내를 에스코트하여 차에 앉히우고, 휠체어를 접어 차에 싣고는 운전석에 앉으셨다.

그날은 궂은 비가 주럭주럭 오는 날이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서로 의지하여 외출하신 신선생님
부부를 보며 그야말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있구나 생각했다. 꿋꿋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가시는 그
모습을 보면서자랑스런 마음 한편으로 쓸쓸함의 여운이 지나감을 막을 수는 없었다.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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